1. 기대하지 않았는데 왔어 스승 김현이 세상을 떠나고 스무 날이 채 안 됐을 때, 이성복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 기억이 몇 컷의 흑백 사진으로 줄어들기 전에, 감정이 아직 몸 안에 있을 때 서둘러 쓴 산문이었다. 거기에 이런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음식 배달을 온 아이가 그릇을 가지러 왔는데, 김현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배웅을 했다. 이성복은 이 이야기가 두고두고 잊히지 않아 여러 번 학생들에게 일러주곤 했다고 썼다.
읽으면서 나도 잠깐 멈췄다. 왜 잊히지 않았을까.
배달 아이는 그릇을 들고 문을 나섰을 것이다. 아마 아무 말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발소리가 따라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은 알던 것이 아니었다. 알던 것은 오던 대로였다.
받고, 돌아서고, 그뿐.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 아이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성복이 이 장면을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학생들에게 말했다는 것은 안다.
기대하지 않은 것이 왔을 때...
원문 링크 : 흔적 없는 힘에 대하여 - 토글s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