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일은 이유 없이 즐겁다. 공부나 순종 때문이 아니라, 어제보다 자란 얼굴과 벌어진 발, 새로운 말투가 흘러나오는 순간들이 기쁘게 다가온다. 아이의 성장에 더해진 식사와 옷, 함께 걷고 싫어하는 마음까지도 서로의 살과 뼈가 맞물려 한쪽으로 일어나게 만든다고 느껴질 때 일상의 작은 하루가 특별해진다. 하지만 같은 시간,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지나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더 자유롭게 살 수는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일이 바쁘거나 아이의 아침을 챙길 때마다 솟아 오른다.
그때 무게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중력이 등장한다. 누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살과 뼈가 맞닿아 주고받는 힘으로 존재한다는 근영 샘의 말은, 아이를 안아 올리던 순간과 무게를 함께 떠받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뒤집던 순간, 서로의 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일어섰던 기억은 무게를 무겁다고만 여겼던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 놓는다. 무중력의 공간은 자유로 보이지만 혼자 움직일 수 없고, 디딜 바닥 없는 상황은 끝없이 떠밀려 다니게 만든다. 새의 비행도 중력 덕분에 가능하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 떠나고 싶은 바람과 머무르는 현실 사이의 균형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다시 저녁을 생각한다. 떠나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지만,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바닥과 방향을 잡아주는 힘은 하나의 현상으로 연결된다. 자유와 속박은 분리된 두 힘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아이들이 주는 무게가 곧 방향을 가리키는 발판이 되고, 발걸음의 디딤돌이 된다. 더 이상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정하지 않되, 한 발을 어디에 두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천천히 가늠해 본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며, 그 힘의 두 얼굴이 한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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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중력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