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곶감 만들기와 채소 말리기가 제 계절이었어요. 매년 무, 생강, 표고, 고춧잎, 감을 햇볕에 말리며 겨울을 준비했고 어릴 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홍시를 다 따먹고 아직 홍시로 남은 땡감들을 모조리 수확해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농부에게 겨울은 들일을 쉬는 시간이지만 가을에 거둔 것들을 만지는 시간은 늘 특별했죠. 볕에 말려둔 감을 손질하는 일은 아버지의 소일거리였고, 저는 그 옆에서 옥상과 창가를 오가며 자라난 열매들을 정성껏 다듬었습니다.
그때 씨 없는 청도감 한 상자 40개를 만 원대에 샀고, 총 9천9백 원이었습니다. 홍시용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연화제가 들어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연화제는 얼른 버리고 감은 껍질을 벗겼습니다. 홍시용이라 곶감을 만들면 안 될 줄 알았지만 지난해 시도해 보니 의외로 괜찮았고, 씨가 없어서 먹기도 아주 편했습니다. 그 시절엔 농약을 한 번도 치지 않아서인지 껍질에 생긴 흰 분이 오히려 매력적이었고, 말려도 까맣게 변하지 않는 단단한 질감이 남아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껍질 자체에 남은 영양도 곶감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감 40개를 9천9백 원에 사들여 햇빛으로 건조시키는 과정은 내가 직접 체감하는 값진 풍경이었습니다.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햇빛의 힘은 여전히 공짜라는 생각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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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곶감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