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기에서 가을 냄새를 느끼며 밤 공기가 차고 정원은 가을 꽃들이 피려는 준비를 한다고 느낀다. 나는 별을 데리고 다니며 이사 길을 따라가고, 신림동에서 돈암동으로, 성북동에서 미아리로, 미아리에서 중화동으로 가는 길을 지나간다. 첫째 길에서는 아버님을, 둘째 길에서는 어머님을, 셋째 길에서는 아내를 생각하는 세 가지 길이 나의 인생처럼 이어진다. 세 길 사이에 뱀이 기어간 것 같은 길들이 이어지며 나는 나의 삼분을 떠올리고, 사촌이웃도 없는 서울 천지에 어울릴 데가 없어 보이는 별을 조용히 데려다 본다. 넷째 길은 어딜까,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모일 곳일지 아니면 별의 침묵 속에서 나오는 나의 운명의 길일지 불확실하다. 인생에서 가장 완전한 시대는 어린 시절이라고 느낀다. 아이들과 놀다 배고픔에 엄마에게 뛰어가 점심을 찬물에 말아 퍼먹고 멀리 달아나 놀던 때가 떠오른다. 차창 밖으로 허리가 굽은 한 할머니가 빈 박스를 싣고 다니는 모습을 본다. 그녀가 "오늘 죽는다면 내일 부터 저 일을 안 해도 되는 거네"라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있어 고단한 자신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과, 그녀에게도 어릴 적 나의 모습이 있었겠지 하고 생각한다. 이 모든 기억이 교차하며, 나의 인생에서 가장 깊이 남은 길은 결국 어린 시절의 완전함이었다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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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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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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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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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관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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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이사 (시, 김광섭) 인생에 관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