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으며 나는 노년의 가볍지 않은 숨을 먼저 느꼈다. 치매 보험을 들고 싶다던 다정한 요청은 의외의 실마리를 남겼고, 인터넷으로 알아봐 달라는 말 뒤에 숨은 불안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일흔 다섯까지 넣을 수 있다던 보험은 그녀가 올해 일흔 셋인 사실과 맞물려 남겨진 시간의 무게를 더 크게 만든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하는 나이가 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간다. 의식과는 다르게 말이 쌓이고 제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야 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며, 나는 어떤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인생이 길어진다는 말이 곧 노년이 더 오래 지속된다는 뜻이라는 냉정한 진술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관리해도 신체의 한계는 다가오고, 먹는 음식이나 근육의 크기와 무관하게 뼈는 언젠가 우리를 좌절시킨다. 매일의 작은 고난들이 쌓이고, 아프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려 애쓰는 과정이 힘겹다. 젊은 이들은 노년에 대해 듣고 싶어 하지 않기에 진솔한 대화는 주로 노인들끼리만 오간다. 늘 해오던 일상은 점차 어렵게 바뀌고, 그때 필요한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유년기가 끊임없이 획득의 시기라면, 노년기는 잃어가는 시기라는 말은 가볍지 않다. 주름을 펴는 시술로 화려함을 꿈꾸는 이의 방문에 나는 불편해하는 내면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이끌린 이들은 외모가 아니라 혜안과 밝은 눈, 따뜻한 마음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남겨 둘 시간이 없답니다 라고 말하는 고단한 날들이 오고, 지혜로운 이들이 자꾸 떠난다는 사실도 함께 다가온다. 끝내 남겨진 시간의 무게를 어떻게 나눌지,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리 안의 가장 깊은 곳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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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일기챌린지
원문 링크 :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어슐러 K 르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