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내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며 큰 폭의 조정을 보였다. 코스피는 개장 초 약세로 시작해 한때 8,580선까지 밀렸고, 종가는 8,600선 부근에서 마감했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9,000선 돌파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히 냉각됐다.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로, 유가증권시장 순매도는 약 7조 원에 달했고 지수 하락의 주된 동인이었다. 개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를 냈음에도 시장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초 이후 19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며 누적 매도 규모는 올해에만 130조 원에 이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등락을 거듭한 끝에 35만 원선 아래로 밀렸고, SK하이닉스도 2% 이상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AI 매출 전망 부진이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 증시의 반도체 업종 약세가 지수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브로드컴의 영향은 여전히 크게 남아 있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글로벌 거시환경 악화도 하방 압력을 키웠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하며 중동 긴장이 재부상했고, 무력 충돌 우려 확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후반까지 상승했다. 원유 상승은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키웠고 미국과 한국의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540원대를 돌파하며 1,500원대를 13거래일 연속 유지한 이례적 상황을 마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추가 관세 가능성과 중동 리스크 확대 역시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했다. 채권시장도 충격을 받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858%까지 상승했다.
다만 오늘의 급락을 단기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8,000선 초반에서 8,800선 이상으로 급등했던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코스닥은 2% 가까이 상승하며 1,050선에 근접했고 성장주와 중소형주 투자심리는 완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링커로 작용하는 반도체 호황과 AI 투자 확대라는 장기 호재는 여전히 존재하고, 중동 전쟁 리스크와 고환율, 고유가, 외국인 매도라는 단기 악재가 충돌하는 국면으로 평가된다. 향후 코스피 방향성은 외국인 수급 회복 여부와 원·달러 환율 안정,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전개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변동성은 커졌지만 장기 상승 논리가 완전히 소멸되진 않았다. 오늘 미국 증시도 부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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