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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3관 후기, 화려함 뒤에 숨은 서늘한 진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3관 후기, 화려함 뒤에 숨은 서늘한 진실

주말 내내 쌍둥이들을 따라다니며 땀을 흘린 뒤 온몸이 체력의 바닥을 찍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의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다채로운 자극을 받으려는 욕구와 함께, 차분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을 찾는 편이 머릿속이 환기된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평일에 연차를 낸 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혼자 다녀왔고, 영국 현대미술의 악동이라 불리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개인전이 3관에서 열리고 있어 주저 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포스터에서 보았던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로 아이들을 데려가도 무난하리라 생각했지만, 3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혼자 방문한 선택이 현명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시 초입은 단번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낡은 액자 형태의 작품들이 거친 재료와 함께 나란히 놓여 있었고, 형광 주황색 토끼 인형과 때탄 아기 인형의 얼굴, 녹슨 빗자루와 식칼 같은 물건들이 어우러져 불쾌한 조합을 이루었다. 생명과 죽음의 기괴함이 아무도 가려주지 않는 형태로 드러나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전시를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며 밝고 경쾌한 색채가 가득한 공간이 나타났다. 벽면을 채운 스폿 페인팅의 다채로운 점들 속에서 강한 시각적 자극과 함께 묘한 어지러움이 밀려들었다. 아울러 아담한 미니 냄비들과 선명한 오렌지색의 금속 캐비닛이 배치된 벽면은, 겉으로 보이는 유치한 아름다움 뒤에 작가가 다루어온 약장 시퀀스의 연장선을 떠올리게 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중앙에 놓인 거대한 설치물과 벽의 회전 그림이었다. 원판이 빠르게 회전하며 물감을 쏟아 만든 스핀 페인팅은 원심력으로 흩뿌려진 색의 궤적이 굳어져 있었고, 가까이에서 보면 피가 튀거나 폭발의 순간이 포착된 듯한 섬뜩함이 남았다. 그 아래 공중에 떠 있는 알록달록한 대형 비치볼과 그 주변에 늘어선 수십 개의 칼날이 위를 향해 솟아 있는 구조물은 공이 떨어지면 갈갈이 찢길 위험이 있어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긴장을 만들어냈다. 입구의 문구가 가리키듯 경계가 무엇인지 확인하려면 선을 넘어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들은 순위로도 정리되었다. 떠 있는 비치볼과 칼날 설치물은 생명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 주었고, 오렌지 토끼와 인형의 나무판 조합은 기괴함의 끝판왕으로 꼽혔다. 전시의 시작을 알린 문구 역시 전시 전체를 지배하는 묵직한 철학적 경고로 남았다. 스핀 페인팅은 화려한 색감 속에서 파괴적인 에너지와 속도감을 전했고, 스폿 페인팅은 완벽한 통제 속에서도 냉혹한 기계성을 드러냈다. 기형적인 두상과 흑백 사진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뒤집는 시선을 보여 주었으며, 벽의 무지개색 미니 냄비들 역시 차가운 인공물의 이면을 드러냈다.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일상 속에서 우리가 외면하는 진실에 대한 성찰이 남는다.

전시는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여유롭고 따스한 오후가 다시 찾아왔다. 무거운 주제의 예술이 부모의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감정에 침잠하는 데 더 없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 방문은 육아의 피로를 잠시 비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채워 주는 도피처가 되었고, 앞으로의 일상에서도 잔잔한 에너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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