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인들 취하고 싶지 않았으랴마는, 기차가 자작나무 숲 너머 설원을 달릴 때 그대의 눈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내 마음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숯불 위에서 피어나는 붉은 꽃처럼, 타는 정염(情炎)이 내 가슴 속을 삼켰다. 바라볼수록 숯 속의 불씨는 커졌고 눈 속에 가라앉은 자작나무의 그림자마저 온몸으로 타오르는 듯했다.
어느 밤인들 취하고 싶지 않았으랴마는, 얼음바다를 보며 그대 앞에 얼마나 차갑고 투명한 얼음이었는지, 그대 또한 내게 얼마나 녹지 않는 깊은 얼음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그 얼음을 떼어 술잔에 띄우고 싶었다.
얼음이 술이 되고, 술이 얼음이 되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녹아가는 그 잔을 기울이며, 우리 사이에 남아 있던 안타까운 간격마저 녹아버리기를, 끝내 하나로 흐르기를 바랐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물이 다시 불로 타오르는 밤을 꿈꾸었다.
어느 밤인들 취하고 싶지 않았으랴마는, 자작나무 속살을 닮은 러시아 여인들이 하얀 얼굴로 미소 지을 때, 타는 갈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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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바이칼-23] 취하고 싶은 밤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