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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여름, 평화

 [좋은글] 여름, 평화

여름날, 바람마저 더디게 움직이는 오후에는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보다 조용히 머무는 것이 필요하다. 눈부시되 강요하지 않고, 뜨겁지만 조용히 익어가는 일처럼 삶을 재촉하는 문장보다는 곁에 조용히 앉아주는 문장이 필요하다.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가장 조용한 아침의 순간, 커튼 사이로 햇빛이 스며드는 시간이나 저녁 기온이 가라앉으며 풀벌레 소리가 문턱을 넘어올 때.

특별한 의식이나 결심 없이, 지금 이 자리에 머물 수 있을 때 평화가 깃든다.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지나간 상처를 헤집지 않으며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상태.

그저 잠시, 이 순간에 발을 담그면 마음은 한결 잔잔해진다. 여름은 원래 들뜬 계절이다.

여행, 재회, 축제 같은 단어들이 앞다퉈 떠오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 사이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멈춤’일 수 있다.

너무 오래 달려온 사람에게 여름은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처럼 다가온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풀은 조용히 자라고, 나무는 묵묵히 잎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