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서울을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 호텔신라로부터였다. 처음엔 단순한 문의로 여겼지만 전화문의는 미팅으로 이어져 직접 작업실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가 전해졌다. 그렇게 호텔신라 관계자가 인사동 필소굿캘리의 문을 처음으로 열었다. 미팅을 앞두고 한 가지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서울의 수많은 문화 체험 중에, 왜 이곳이었을까?' 이곳에는 한복 체험도 있고 공예 프로그램도 있으며 전통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셀 수 없이 많다. 그 많은 선택지 가운데 호텔신라가 이 작은 공간을 찾아냈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게 다가왔다. 9년 동안 한 사람씩 이 공간을 거창한 마케팅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저 매일 문을 열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해 한글을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 없는 여행자들을 맞이했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연습을 도와주며 도장에 새기는 사람들 곁에 서 있었다. 붓을 들고 한글의 첫 획을 긋는 순간, 그들의 표정이 조용히 바뀌는 것을 지켜봤다.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은 손으로 한국의 전통을 직접 만들어 가고 경험을 간직하는 그 순간을 도우며 함께했다. 어떤 날은 혼자 여행 온 대학생이었고, 어떤 날은 신혼여행 중인 부부였으며, 어떤 날은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일흔의 여행자였다. 나이도 나라도 이유도 달랐지만, 남긴 말과 이야기 사진, 다시 찾아오는 발걸음과 고향에서 보내온 편지와 선물들이 조금씩 쌓여 지금의 필소굿캘리가 되었다. 어쩌면 호텔신라가 발견한 것은 하나의 프로그램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무언가 진심 어린 것이 일어나고 있는 공간, 그것을 본 것이 아닐까. 여행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호텔신라 관계자들과 마주 앉았을 때 한 가지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편안하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여행자들은 그 도시를 진짜로 느끼고 싶어 하고, 그 나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며,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오래 꺼내볼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9년 동안 바로 그것을 만들려 했다. 붓을 들기 전에 먼저 한글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들려주고, 도장을 새기기 전에 도장의 쓰임새와 이름을 품은 도장의 의미를 함께 소개한다. 완성된 작품은 기념품이 아니다. 서울에서 보낸 어느 오후의 기록이고, 그것을 만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의 추억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뒤 남긴 1500개가 넘는 후기에서는 비슷한 말을 보게 된다. "단순한 클래스가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훨씬 깊은 시간이었어요." "서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였어요." 이 말들이 들릴 때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다짐하게 한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비즈니스 제휴가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호텔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호텔신라의 투숙객들이 직접 이곳으로 온다. 그들은 인사동 골목을 걷고 작은 간판을 찾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을 올라 작업실 문을 열고, 송곳으로 만드는 도장이 아니라 칼의 새김 소리를 듣기 위해 먹향을 경험하기 위해 이 공간 안으로 발을 들인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 걸음 자체가 이미 경험의 일부가 된다. 이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문화는 호텔 로비나 회의실로 옮겨 담기 어렵다. 그것이 살아 숨 쉬는 공간 안에, 오래된 통문관 건물의 질감 안에, 손으로 천천히 만들어지는 것들 안에 있다. 제대로 느끼려면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 라틴어 문장이 다시 자주 떠오른다. 이번 협업은 지난 9년의 시간의 흐름 속에 쌓여온 수업들, 한 사람씩 쌓아온 인연들,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유타대학교 프로그램, 국내외 기업과 단체와 함께한 워크숍들, 그리고 매일 아침 문을 열어온 시간들이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찾아왔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필소굿캘리의 가치를 발견했다는 사실에 더 감사한다. 앞으로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깊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장의 방향은 넓이가 아니라 깊이어야 한다고, 9년이 가르쳐 주었다. 올여름부터 호텔신라 투숙객들과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어느 나라에서 올지, 어떤 이름을 새기게 될지, 어떤 문장을 족자에 담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이 서울을 떠나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인사동의 이 작은 작업실에서 보낸 시간이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지난 9년 동안 변함없이 해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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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호텔신라가 인사동의 작은 작업실을 찾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