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돌아가는 두뇌도 골칫덩이일 때가 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른다.
들키고 싶지 않다는 강박과 들키고 싶은 충동의 충돌.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니까 머리가 어지럽다.
데카르트도 아마 이런 기분을 알 테지. 나는 평생 비생산적인 고뇌를 하다 죽겠지.
그런데도 영 인물은 못 되는데, 한 줄로나마 이 복잡한 역사가 남긴 할까 싶다. 모든 종류의 근심을 그가 알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길 바랐다.
낱낱이 밝혀 주거나 샅샅이 덮어 주기를. 그러나 참 같은 거짓과 거짓 같은 참을 지어내는 나에게는 그런 특혜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는 잘 알지만 잘 모를 것이다.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데, 그가 답을 요구했고 내가 내놓아야 했다.
우리 사이에 다음 기회에, 같은 자막이 띄워질 리 없으므로. 신은 실낱같은 희망을 주고도 끊임없이 가로채므로 그저 철딱서니 어린아이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다음 말이 불시에 떨어진다. “내일은,” 달뜬 고개가 천천히 솟는다....
원문 링크 : 독의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