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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잉거 〈워킹 매드 & 블리스〉

 요한 잉거 〈워킹 매드 & 블리스〉

서울시 발레단의 올해 레퍼토리 예매로 만난 용한 잉거의 더블빌은 워킹 매드와 블리스에서 서로 다른 분위기 속에 따뜻한 인간성과 관계의 본질을 조용히 드러냈다. 워킹 매드는 제목보다 더 쓸쓸하고도 온화한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발레리노 류형수가 중절모와 코트를 걸치고 어두워진 객석에서 무대에 올라오자 벽으로 상징되는 고정된 공간이 억눌린 감정의 흐름을 따라 전진했고, 실제 무대의 구조를 넘어서는 움직임으로 공간 자체를 변형시켰다. 출입문처럼 이용되는 직사각형 신체의 활용과 심리적 압박을 표현하는 접히고 눕는 동작이 이어지면서 무대는 다양한 관계를 탐구하는 축으로 작동했다. 볼레로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재기발랄한 파티 신이 등장하는 장면은 관계의 다층성을 암시했고, 무대 밖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벽에 갇힌 인간의 고독과 탈주가 섞여 표현되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감정의 파노라마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의해 눈앞에 실현되는 듯했다.

다음으로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 속에서 이별 파드되로 이어지는 구성은 워킹 매드의 주제의식에 또 다른 차원을 제공했다. 버리고 떠난 이와의 회상은 벽으로 상징된 심리적 거리로 인해 다시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스토리는 없으나 관객의 상상으로 덧붙일 수 있는 독특한 무대였고, 잉거의 시선이 사람과 삶에 얼마나 따뜻한지 블리스에서도 분명히 확인됐다. 서로의 존재가 축복이라는 메시지가 반복되며, 둘이든 집단이 되든 함께하는 순간들이 조용히 긍정적인 분위기를 주도했다. 여유로운 시작은 서로를 바라보며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듀엣과 트리오, 군무의 자연스러운 결합으로 확장됐고, 무대의 샹들리에와 은은한 별빛은 따뜻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카스 쟈랫의 쾰른 콘서트가 어울려 흐르는 가운데, 공동체의 이미지를 나타낸 앙상블이 특히 돋보였고, 무용수의 홀로 움직일 때도 함께한 동작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포스터의 주인공인 김여진의 움직임과 표정은 주도적으로 무대 앞에서 시작하고 군무 속으로 녹아드는 모습에서 다채로운 표정과 힘찬 에너지를 전달했고, 특히 블리스에서 더 두드러진 존재감으로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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