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즐거운 장례’ 손톱들 단정하게 깎은 그 날의 일기에 처음 ‘사랑’이라고 맹세처럼 쓰고는 그 붉은 글씨 위에 ‘잘 모르겠다’고 휘갈겨 쓴 적이 있다 성북동 경사진 골목들 손을 잡고 오르내릴 때 사랑이 유일한 믿음이 되었을 때 사랑의 독즙처럼 두려움들 흘러넘칠 때 샴쌍둥이처럼 맞붙은 몸이 되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나의 모든 두려움에는 너밖에 없었다 수량을 잴 수 없는 붉은 두려움들 이정표가 없는 길 위로 자욱하게 깔리고 방류하고 방류하는 여백 없는 일기 위에 이것도 ‘사랑’이라고 쓴 뒤 ‘잘 모르겠다’고 휘갈겨 쓴다 나무들 빽빽이 서 있는 숲 속을 해매고 되돌아올 때 사랑은 나에게 폭력이 되고 그 폭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나는, 두려움의 포로가 되었다 수시로 단단한 어둠의 벽에 금을 긋고 돌아선 다음에도 나를 울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다 #박소원 #너밖에없었다 #즐거운장례 #나를울리는사람은너밖에없었다...
#
나를울리는사람은너밖에없었다
#
너밖에없었다
#
박소원
#
즐거운장례
원문 링크 : 박소원 / 너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