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흔적에 대하여 뚜껑을 여는 순간, 향은 차갑게 다가왔다. 얼음 조각이 스쳐 지나가듯 서늘했고, 바람이 귓가를 스미듯 맑았다.
그 차가움은 쉽게 바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향은 여전히 시원하고, 냉정하며, 한결같았다.
그러나 그 냉기를 둘러싼 것은 달랐다. 향을 건넨 마음, 그 순간의 온기였다.
향은 분명 차가운데, 그 차가움을 내 손에 쥐여준 이의 배려가 마음을 덥혔다. 그것은 단순히 유리병 속에 담긴 액체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시선과 기억이 스며든, 하나의 표지였다. 나는 그 향기를 맡으며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변하지 않는 차가움이, 의미를 통해 이렇게 따스함으로 번질 수 있음을. 마음의 온도는 외부의 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기억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서 피어난다.
그 사실은 말없이 전해지는 불씨가 되어, 한겨울에도 손끝을 녹인다. 그래서 그날의 향은 두 겹의 얼굴을 가졌다.
차갑게 스며드는 실제의 냄새, 그리고 그 냄새를 감싸는 따뜻한 마...
원문 링크 : 차갑지만 따스러운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