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가장 큰 계획은 더 이상 읽지 않는 책 3권을 팔러 가는 것이었고, 그중 한 권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어요. 동생이 재직하던 안정된 기업 덕분에 책 선물을 많이 받았고, 그중 하나였던 이 책을 합성동 지하상가의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고 갔습니다. 에코백에 책 3권을 넣으니 무겁지만, 이 팔림으로 사고 싶은 책을 살 때 보태려는 마음으로 가볍게 느껴졌어요. 오래된 합성동 지하상가에 처음으로 와본 건 아니었지만 코로나 이후로 빈 상가가 많아진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고, 시민들을 돕는 전시물들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더군요. 저는 늘 그렇듯 목적지에 가는 길에 딴짓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 오늘도 약속 없이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가 여유롭게 도착했습니다. 매번처럼 찾게 되는 알라딘 중고서점 안으로 들어가 책을 건네며 훑어보니 곰팡이가 핀 책이 있어 매입이 불가하다는 사장님의 말이 있었습니다. 곰팡이가 있는 책은 받을 수 없다는 안내에 저는 결국 그 책을 다시 에코백에 담아 들고 나오게 되었어요. 예전에 살던 오피스텔이 매우 습했고 그때 생긴 곰팡이였나 봐요. 책을 들고 내려올 때보다 올려 놓을 때가 더 무겁게 느껴진 것도 마음가짐이 바뀌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호두 과자와 땅콩 빵을 팔고 있었고, 달콤한 것을 먹으며 기분을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죠. 삼천 원어치로 주문해 담아주고 한 주먹을 더 얹어 주신 덕에 마음이 금세 밝아졌어요. 오늘은 책을 팔기보다 땅콩 빵을 사 먹으려는 마음으로 온 것 같았고, 그 덕에 기분전환이 훨씬 잘 되었답니다. 가는 길에 따뜻한 카페라테도 포장해 함께했고, 운전하며 천천히 음미하니 빵의 달콤함이 길에 퍼지는 느낌이었어요. 결국 책은 팔지 못했고, 도서관도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내일도 기회는 있지요. 땅콩 빵은 여전히 제 마음의 쉼표였고, 오늘의 작은 기분 전환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기분전환
#
합성동지하상가
#
합성동
#
카페라테
#
책곰팡이
#
중고책판매
#
알리딘중고서점
#
땅콩빵
#
단순한성격
#
호두과자
원문 링크 :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땅콩 빵은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