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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 건물주·발주처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 책임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 건물주·발주처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 책임

저는 부동산 분쟁만 다루는 변호사로서 이 사건을 마주했을 때, 그동안 다뤄온 사례들이 머릿속에 겹쳐 떠올랐습니다. 노후 건물 철거 공사를 맡겼다가 사고가 난 건물주,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시공사 관계자, 사고로 가족을 잃고 누가 책임인지 묻는 유족들까지 각자의 입장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현장 사고가 아니라 1966년 지어진 노후 공공시설물, 2019년 D등급 판정, 202억 원 규모의 공공 발주 공사, 서울시 발주처의 책임 분담 구조라는 부동산·건설 분쟁의 전형을 보여 줍니다. 오늘은 건물주나 발주처 입장에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법적 핵심을 정리합니다.

먼저 이 사건에서 핵심은 발주자인 건물주가 공사를 맡겼다고 해서 전적으로 시공사 책임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상 징후를 보고한 시점에서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면, 그 순간부터 책임 주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서울시도 새벽 징후를 보고하고 현장에 관여한 만큼 법적 책임의 주체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시공을 한 공사업체여서 서울시까지 올라가지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법원은 계약상의 문구가 아니라 실제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또 2020년 대법원은 인천항 갑문 보수사고에서 도급인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어, 이 사건에서도 발주처의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2019년 D등급의 관리책임 여부도 논쟁의 축입니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이었고, 서울시는 즉시 철거 대신 보수와 중량 제한을 시행하다가 2021년 바닥판 탈락, 2024년 추가 손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영조물 책임은 무과실책임으로, 관리주체인 서울시의 하자가 손해를 초래했다면 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노후 건물 관리자는 정기 점검과 이상 발견 시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임차인 관리나 시공사의 책임을 이유로 면책될 수 없습니다.

발주처와 건물주가 반드시 알아야 할 구체적 대처도 있습니다.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내용과 시각을 이메일이나 문자로 기록하고, 어떤 대체 안전조치를 검토했는지, 왜 불가능했는지 구체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구두 보고만으로는 증거력이 약해지므로, 관련 모든 관계자의 서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 유족은 산재 보상과 민사 손해배상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산재 보상은 민사 배상에서 공제되지만 전체 손해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유족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 아래 서울시(영조물 책임), 시공사 흥화건설, 감리사 수성엔지니어링에 대해 전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합의보다 전체 손해 규모를 정확히 산정한 후 협상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리사에 대한 책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장 즉시 보강 조치를 지시하고 현장에 진입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감리사였던 만큼, 상황 판단의 구체적 타당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감리자가 업무상 과실로 사고를 초래했다면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감리사를 믿고 맡겼다고 해서 면책되지는 않으며, 감리사의 판단이 잘못되었더라도 건물주가 이상 징후 보고를 게을리했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고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장에 있던 베테랑 전문가들의 판단이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공정률이 계획보다 앞선 상황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냅니다. 앞으로의 수사 결과가 법리 정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하며, 노후 건물 철거나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는 이들에게 이 경험이 안전 중심의 문화와 책임 있는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