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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

 생각이 나서.

절망으로 까무러치고 희망으로 까무러치고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유유히 흘러가는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살아가는 일. 행복과 불행의 극과 극을 오가던 브론스키가 마침내 안나를 독점하게 되었을 때, 그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모든 것을 바쳐 겨우 움켜쥔 것이 실은 모래알 하나라는 것이었다. 알아, 알아, 그 기분. 하지만 모래알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도 없는 형편. 삶은 그렇게 잔혹한 희망으로 연명된다. 그리하여, '흔히 하고 있는 영원한 착오'는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지고, 불행히도 내일, 또 내일까지 이어질 것이다 모두들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 공공연한 비밀. 꽃이 필 것 같지 않은 희망의 가지를 툭 잘라, 불쑥 돋아나버린 봄의 거리에 던진다. 너는 어디로든 가서 무엇으로든 피어나라. 살고 싶으니.

그런 뒤의 이야기는, 삶의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깨달음과 불가피한 결여의 공존으로 이어진다. 소유의 차원을 넘어선 관계의 떨림이나,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 가져오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고 느껴진다. 주저하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살아 있음의 체감은 점차 뚜렷해진다. 희망의 가지를 끊임없이 떠받치듯 이어지는 시간은, 결국 스스로를 재정렬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을 가늠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작은 기쁨과, 여전히 남아 있는 공백은 서로를 보완하며 남겨진다. 이로써 지나온 날들의 흔적은 흘러간 강물처럼 잊히지 않고 남아, 앞으로의 길에 새로운 방향을 부여한다.

비밀스러운 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봄이 다시 오고, 가지가 다시 돋아난다. 누구나 숨 쉬듯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며, 그 속에서 살아갈 힘을 찾는다. 결국은 피어난다.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한 시선은 오랫동안 머무르는 여운으로 남아, 다음 계절의 가능성을 품은 채 남겨진다.

# 생각이나서 # 황경신

원문 링크 : 생각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