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끊은 타이베이행 비행은 새벽 출발로 오랜만의 출장 느낌이었다. 버거의 왕 버거킹으로 저녁을 해결했고 노트북은 챙겼지만 충전기가 없어 불안했다. 공항까지의 전철과 공항 대기 시간까지 동행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았고, 출발 전까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가방은 백팩 하나로 가볍게 챙겼지만 노트북까지 들고 다니니 어깨가 버거웠다. 처음 타는 스쿠트 항공은 악명이 있지만 가격이 싼 이유가 싱가포르-한국 경유지 탓이라고 기억된다. 좌석은 넓고 지연도 없었으며 비행기는 쾌적했으나 저가항공 특성상 물은 따로 사 마셔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오랜만이라 돈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만들었다. 동행자가 선물로 건넨 초콜릿이 시작부터 끝까지 큰 힘이 됐다.
비행 중 일에 매달리다 보니 대만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감이 남아 있었고, 대만의 냄새를 그리워했다. 지원금은 기대도 안 했기에 당연히 꽝으로 남았고, 공항 전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어릴 때 밤 비행기를 좋아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조용한 비행기 안 소리와 은은하게 켜진 조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동행자의 사진을 찍으며 전세 낸 기분으로 들뜬 마음이 생겼다.
그 첫 숙소는 공항 안에 위치한 캡슐 호텔이었다. 어떤 대만인이 이곳을 소개해 저장만 해두었다가 동행자가 묵자고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내부는 매우 깔끔했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드라이기는 다이슨으로 알려질 만큼 수준이 높았다. 새벽 1시 50분까지 일을 계속하다가 짜증이 밀려오기까지 했지만 방해가 없어 조용한 분위기가 좋았다. 한 아주머니가 방문을 열었다가 놀란 표정에 미안하다고 하셨고, 그때 한국에서의 일상적 스트레스가 떠올라 생각이 깊어졌다.
숙소 밖 공간에서는 해가 뜨면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고 쉬는 모습이 보였고, 전망대처럼 바깥 풍경도 구경할 수 있었다. 와이파이가 여전히 작동해 밤에 급히 일을 보기에 편하다고 느꼈고, 우롱차의 맛이 기억에 남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우롱차를 한 잔 더 마셨다. 욕실은 남녀 구분이 명확했고 여자 화장실에는 드라이기 면봉 머리끈 생리대가 구비되어 있어 편리했다. 중화전신은 오래된 기억으로 남았고, 이심 샀던 유심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숙소 내부의 콘센트 구성이나 돼지코 필요 없는 콘센트 같은 디테일들도 눈에 들어왔다. 슬리퍼가 기본으로 쪼리로 제공되어 당황스러웠고, 처음 받자마자 양말을 신은 채로 쪼리를 신어 본 기억까지 남았다. 결국 신발을 어떻게 신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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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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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화원
원문 링크 : 24.03.13.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