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동안 위스키를 마시며 막연한 불안감같은 게 있었다. 위스키를 마시는 순간 자체는 좋지만 내가 위스키 맛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면 어쩌지.
그리고 사실 단순한 불안감만은 아니었다. 비교대상이 없는 단독시음의 경우 나는 이 위스키가 다른 위스키와 뭐가 어떻게 다른지 알지도 못한 채 마셨다.
물론 행복했고, 행복했으니 됐다. 내적갈등은 여자친구가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선물하며 시작됐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는 마실 일이 없을거라고 여겼던 고가의 위스키(의아해할 수는 있으나 면세점에서 사도 한 병에 30을 훌쩍 넘는 양주는 내 소비 관념 속에서는 취업 전까지 절대 살 수 없는 술이었다.)를 맛볼 수 있게 되다니. 조니워커 블루라벨은 그냥 마셔도 상당히 맛있는 술이었고, 그래서 순식간에 반 병을 비우게 되었다.
그리고 남은 술이 아까워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정말로 블루라벨을 맛있다고 여겨서 마시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저 그 가격과 명성에 혹해서 분위기에 취해있는 것은 아닐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