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로서, 규방이라는 폐쇄적 공간과 여성 주인공의 조합이 신선한 매력을 만든다. 다리가 불편한 열여섯 살 소녀 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남존여비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사건의 전모를 머리로만 풀어나가는 안락의자 탐정의 형식을 취한다. 규방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제약 속에서 찾아오는 이들의 말을 듣고, 여러 단편적 에피소드들이 차곡차곡 연결되며 조선 사회의 단면이 드러난다. 규방 자체가 추리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장치로 작동하고, 소재 자체의 신선함이 분명하다.
각 에피소드는 사건의 전모를 궁금하게 만들고, 조선시대의 여성상과 신체적 제약을 엮어 신구의 관점을 제시한다. 다만 읽는 이가 기대하는 날카로운 추리의 스릴은 다소 얇게 느껴질 때가 있으며, 대사와 묘사가 충분한 긴장감을 끌어올리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료는 좋지만 간이 조금 덜 맞춰진 음식처럼, 설정의 참신함은 남지만 탐정으로서의 활약이 기대보다 낮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설정의 매력은 남아 있으며,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어떠한 결과를 낳았을지에 대한 가능성이 남는다. 후속작이 나온다면 주인공의 활약성을 더 확장해 조선판 추리소설의 완성도를 높일 여지가 크다고 여겨진다. 조선시대 배경의 색다른 장르소설을 찾는 독자나, 셜록 홈즈류의 안락의자 탐정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가볍게 읽히는 단편 연작 형식의 매력과 한국 작가의 역사 추리물에 대한 응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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