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나는 독학 반수를 했다. 현역 수능을 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선로를 보면서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우주상향해서 욕심껏 써냈던 1지망 학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안전으로 넣었던 2지망 학교 불합격 소식을 들었고, 잠에서 덜 깨어 있는 나에게 엄마는 그냥 '3지망 학교 가거라' 했고, 나도 재수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3지망 학교에 입학했다. 생각조차 해 본적 없던 학교.
정이 붙을 리가 있나. 그냥저냥 학교를 다니며 대학생 흉내를 좀 냈고, 기말고사 기간에 중앙도서관에 갔다가 문득, '반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1학기 다닌 대학을 휴학하고 방 안에 틀어박혔다.
일주일에 한 번 수학학원에 가는 게 유일한 외출이었다. 그해 여름, 햇볕을 보지 않아 조금도 타지 않은 손등을 보면서 스스로가 조금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딱 그정도. 집에서 보냈던 반년 남짓의 시간동안 나는 그렇게까지 답답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았고, 막막하...
원문 링크 : 어느 특별한 금토일월에 대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