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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해방

밴쿠버에 있을 적에 할 일 없는 날이면 꼭 다운타운 퍼시픽센터에 가 아무 상점에도 들어가지 않고 그 앞을 마냥 서성였다. 식견을 넓히기 위해 간 곳에서 나는 스스로를 가두려고 했다.

멍청이처럼 고작 몇 개월 다녀와 놓고선 한국어를 까먹었던 건 정신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한국어로 할 수 없을 방어적인 생각만 내내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어떤 언어로 나를 가두고 있는 걸까.

무엇 앞에 서성이는 건지도 모른 채로 드라마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다가, 밤이 되면 천장을 올려다보며 후회한다. 아, 도망칠 다른 언어가 없음을 깨닫는다.

무지가 악은 아니겠지. 하지만 악한 결과는 낳을 수 있다.

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선을 배우는 것이라는 어느 소중한 친구의 말로 시작된 나의 하루. 나는 선이든 악이든 동물이 모이면 눈치로 생기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선악은 제대로 구분되거나 정의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하는 부적응자. 난 무엇으로...

원문 링크 : 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