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튤립이 톡 빗물을 맞고서 고개를 푹 숙인다. 나의 사유도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채 비관주의 연못에 얼굴을 집어 넣었다.
미간 사이에서 5cm 위에 무언의 자아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나의 투지가. 어리석게도 풋 웃음을 자아내는 한심한 녀석이란 것을 알게 된다면, 그대 또한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깨져버린 유리구슬이다. 수백개의 조각으로 날카롭게 기를 세운 참으로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녀석이다.
처량하게 바라보는 여자의 눈빛은 이런 나의 조각들을 헤아리고 있는 것이겠지. 부족한 나의 마음을 피를 흘려가며 포옥 집어 준다면, 나는 그대의 피를 머금고 붉게 빛내리라.
붉은 조각이 다시금 모여 찐득한 점액을 붙잡고 늘여지도록 애착하리라. 나에게 용기를 내주겠는가.
그대의 째진 눈을 난 오늘도 헤아린다. 멈출 수 없는 나의 진동과 울림이 거대한 중력 앞에서 힘을 쓰지도 못한채 너를 떠올린다.
이건 사랑일까. 환상일까.
무엇이 되었든 100개중 99개는 너를 향해 날을 세웠다....
원문 링크 : 세상은 환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