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그 누구를 상대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인생을 살면서 단 1초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악인이 등장하곤 한다. <황해>의 면정학이 그랬고,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이 그랬다.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의 한스 대령도 그렇다. 이들은 내 기억 어딘가에 강렬한 상(像)을 남겼다.
오늘 얘기할 ‘안톤 시거’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악인이다. 하비에르 바르뎀(a.k.a 권오중)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마치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듯 가볍게 살인을 한다.
겉보기엔 그냥 머릿결 관리에 성공한 아저씨일 뿐인데 말이다. 아저씨 머리에 구멍 나기 5초 전...
그가 지나간 곳은 반드시 시체가 생기고 영화 전반에 등장한 생명체 중에서 살아남은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일단 누군가와 그가 대면하면 죽음에 대한 긴장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어쩌면 행운을 쟁취하여 안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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