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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중국을 표류하다]표해록(최부)

 [조선 선비 중국을 표류하다]표해록(최부)

개인적으로 고전 애호가는 오래된 책일수록 더 큰 재미를 준다고 느낀다. 출간된 지 100년이 넘는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회적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동양문학의 맛과 논증과 진실 탐구를 중시하는 서양문학의 재미가 뚜렷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것이 가장 재미있고, 그다음으로 중국 것, 마지막으로 서양 것을 선호하는 취향은 읽은 작품 수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변명을 덧대며 도서관에서 소홀히 여겨온 국내 고전을 되짚어 본다. 서가에 꽂힌 우리 고전 가운데 눈에 띄는 부제인 [조선 선비 중국을 표류하다]를 보고 읽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류의 기록은 조선 성종 때인 1488년 제주도에 부임해 공무를 보던 저자가 부친상으로 수행원 42명과 함께 귀향 도중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되고, 약 2주간의 바다 위 위기를 겪은 뒤 항저우에서 약 150km 떨어진 닝보에 도착하여 중국 관원들의 심문을 받고 조선 사람임이 확인된 뒤 중국 내륙을 거쳐 황제를 알현하고 귀국 허가를 받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인정한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견줄 만한 기록적 가치가 있는 대단한 기록으로 여겨진다. 저자의 재미있는 글솜씨와 꼼꼼한 기록은 당시 일행의 위기와 생소한 체험들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열하일기 난중일기 간양록 백범일지 정도를 알고 있던 독자 리스트의 첫 번째 위치를 차지하게 될 뜻깊은 책으로 다가온다.

책의 흔적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당시의 사회와 문화, 외교 관계의 단면을 보여 준다. 표류 기록을 통해 실재로 체험한 풍토와 관리들의 대응, 언어 장벽 속에서 드러나는 의사소통의 미묘함이 살아 있으며, 질서와 예절이 어떻게 유지되었는지에 대한 고찰도 함께 담겨 있다. 이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500년 전의 사람들 모습과 그들의 생각 방식에 한층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또한 현재의 독서 목록에서 이 책이 차지하는 위치가 새롭게 확장되며, 기존의 고전 목록이 가진 경계와 범위를 넓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로써 뜻밖의 행운으로 찾아낸 고전은 오래 지속되는 읽기의 기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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