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초반부를 넘기며 읽다가 옆으로 치워버리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는 스탠리 큐브릭. 이윽고 그 책마저도 옆으로 치워버리고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다른 책을 집어 든다.
물론 그 책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반부만 읽힌 채 가엾게 쌓여 있는 책이 갈수록 늘어간다.
차기작의 소재를 책에서 찾고자 했던 스탠리 큐브릭의 노력은 '초반부에서도 날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 책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라는 듯한, 그의 어쩌면 오만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진도가 나아가지 않았고, 인류 역사에서 둘도 없을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차기작 소식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매니저는 스탠리 큐브릭이 매일 같이 책을 내던지는 소리에 신경 노쇠에 걸릴 지경에 처했다.
이 지옥 같은 날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만둬야 하는지를 고민하던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스탠리 큐브릭의 희미한 읊조림만이 들리기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 그리고 혹시나 고령의 스탠리 큐브릭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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