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지나간다 _ 류시화
모든 것은 지나간다 류시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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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지나간다 류시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향기 이해인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반지.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 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내가 살아..
별 김춘수 같은 말도 굴릴 때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한때는 별이 금은金銀의 소리를 냈다. 그 소리 아주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했다. 요즘 서울의 하늘에는 별이 없다. 별은 어디로 숨었나. 나뭇가지에 걸린 그림..
음악 이경임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몸 속에 구멍 뚫린 피리나 철사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론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우현(雨絃)환상곡 공광규 빗줄기는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진 현(絃)이어서 나뭇잎은 수만 개 건반이어서 바람은 손이 안 보이는 연주가여서 간판을 단 건물도 고양이도 웅크려 귀를 세웠는데 가끔 천공을 헤매며..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안희선 우리들이 믿었던 기쁨의 투명한 갈증을 더 이상 간직할 수 없어, 어둠과 안개 속에 숨어있던 깊은 어심(魚心)을 불러본다 차가운 가슴의 옆구리에서 올라오는 기포가 물방울을 내..
식구 유병록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치 않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잡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
물처럼 흘러라 법정스님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않고 팍팍하지 않으며 침체되지 않는다. 물은 한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다시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2019년 6월..
꿈을 위한 변명 이해인 아직 살아 있기에 꿈을 꿀수 있습니다 꿈꾸지 말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꿈이 많은 사람은 정신이 산만하고 삶이 맑지 못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마세요 나는 매일 꿈을 꿉니다 슬퍼도 기..
남남27 조병화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김정한 인생의 스승은 책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살아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정답도 흐르..
구름 천상병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뭇 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과 함께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허허한 모습 통틀어 무게 없어..
봄비 오던 날 최옥 혼잣말을 합니다 그대가 나를 조금만 자유롭게 하기를 그렇게 하기를 가두었던 말(言)들을 빗물속에 흘려 보냅니다 구름처럼 먼 데 둘 수밖에 없는 사랑 수평선처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
지금 이 순간 법정스님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한눈 팔지 말고, 딴 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펴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바람이 부는 까닭 안도현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
나무처럼 살기 이경숙 욕심부리지 않기 화내지 않기 혼자 가슴으로 울기 풀들에게 새들에게 칭찬해 주기 안아 주기 성난 바람에게 가만가만 속삭이고 이야기 들어주기 구름에게 기차에게 손 흔들기 하늘 자주 보..
상처에서 배운다 이만섭 묵은 나무의 옹이를 보면 대개 상처가 안으로 들려있다 밖으로 드러난 경우라도 애써 그곳을 감싼 흔적이 역력하다 몸 일부분이기에 당연한 일일 테지만 할 수 없는 경우라도 고통의 세..
자, 시작합시다 마더 테레사 어제는 가 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겐 오늘이 있을 뿐입니다 자, 시작합시다 자, 다시 시작합시다 신앙도, 공부도, 열정도 안전도, 의무도, 책임도 사랑도, 나눔..
행복의 얼굴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정채봉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거기가면 안된다고 타이르는데도 어느새 거기에 가 있곤 한다. 이제 내 마음은 완전히 너한테 가 있다. 네가 머무르는 곳 마다에 내..
친구 바람에게 이해인 나뭇잎을 스치며 이상한 피리 소리를 내는 친구 바람이여 잔잔한 바다를 일으켜 파도 속에 숨어 버리는 바람이여 나의 땀을 식혀 주고 나의 졸음 깨우려고 때로는 바쁘게 달려오는 친구 바..
해녀의 꿈 이해인 욕심 없이 바다에 뛰어들면 바다는 더욱 아름다워요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사랑 안에서 자유롭습니다 암초를 헤치며 미역을 따듯이 전복을 따듯이 힘들어도 희망을 꼭 따오겠어요 바다 속에 집..
최고의 습관 하영순 일 하루 한 번씩 나만의 감상실을 찾아 묵은 마음을 말끔히 털어낸다 십 단 십분이라도 고요를 찾아 나를 찾아보는 여유를 가진다. 백 느낌과 내 생각을 백자 이상 컴퓨터란 친구에게 전해 준..
봄 꽃 피던 날 용혜원 겨우내내 무엇을 속삭였기에 온 세상에 웃음 꽃이 가득할까 이 봄에 여인네들이 나물을 캐듯이 우리들의 사랑도 캘 수 있을까 이 봄에 누군가가 까닭없이 그리워지는 듯 해도 사랑하기 때..
마음이 마음에게 이해인 내가 너무 커버려서 맑지 못한 것, 밝지 못한 것, 바르지 못한 것, 내 마음이 먼저 알고 나에게 충고하네요.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다 욕심이에요. 거룩한 소임에도 이기심을 버려야 순결..
천천히 천천히 백창우 천천히 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지 천천히 가면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지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에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 * 2019년 5월 13일 월요일입니다. 운전석에서 보는 풍경..
아름다운 사람 이성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꿈길에서2 이해인 나는 늘 꿈에도 길을 가지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멀고도 좁은 길을 낯익은 사람 낯선 사람 꿈속에선 모두 가까운 동행인이 되지 꿈속의 길이라고 더 새롭지도 않은 나의 평범한 길을 열심히..
아직 가지 않은 길 고은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 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동안의..
삶을 이야기하며 서태우 우리는 가끔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걸어온 그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 길인지 행여 삶에 허덕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가끔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할 필요가 있습니..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이해인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 온 뒤의 햇빛속에 나무들이 들려..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긍정의 힘 김숙희 같은 일을 보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불행해질 수도 있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다. 공부도, 심부름도, 청소도 즐겁게 하느..
구름 천상병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뭇 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허허한 모습 통틀어 무게 없어 보..
좋은 언어 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 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구비돌아 적..
오늘을 위한 기도 홍수희 나로 하여 오늘을 살게 하소서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일이 오면 또 그 내일이 온다는 안일함으로 오늘 내게 주어진 소중한 작은 것들을 부디 잃지 않게 하소서 더러는 마음 상..
바람과 햇살과 별빛 정연복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는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걱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오래 되었네 나해철 오래 되었네 꽃 곁에 선 지 오래 되었네 물가에 앉은 지 오래 되었네 산길 걸어 큰 집 간 지 오래 되었네 여럿이서 공놀이 한 지 오래 되었네 사랑해 사랑해 속삭여 본 지 오래 되었네 툇마..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
봄처럼 오는 당신 정유찬 추운 날 그토록 기다리던 당신이 봄처럼 옵니다 간간이 흩날리던 눈발조차 사라지고 온화한 바람으로 투명한 아지랑이로 봄날과 함께 다가오는 당신은 그리움의 환영처럼 아득하고 손에..
언제나 봄빛 같이 오광수 봄빛이 화사한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늘 화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봄빛이 푸근한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늘 푸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을 시샘하여 삶이 겨울바..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4월의 시 김철기 산에는 땅의 입김 새벽이슬 먹고 새잎 실바람 타는 종달새에 내 눈 머문다 산비탈 오르는 발걸음 걸음마다 흐르는 땀방울은 여름인 듯하고 화들짝 놀란 진달래꽃 곱디곱게 생생한데 노송의 솔향..
동화같은 그런 일이 박현자 詩를 써서 땅에 묻으면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 뿌리 내리고 열매 맺어 온누리에 향기 날아갔음 좋겠다 이듬해 그 詩 한 편 또 다시 심으면 주렁주렁 열매 맺어 광주리마다 풍성하게..
몽당연필 이해인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 없으면 바보 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여유 헨리 데이비스 그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의 순수한 눈길에 펼쳐진 풍경을 차분히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수풀..
3월의 기도 안성란 날마다 부르는 노래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잔잔히 흐르는 언어의 무대는 입술이 아니고 마음이게 하소서. 오랜 벗이 아니어도 반가운 표현을 할 줄 알고 미소 띤 얼굴에 마음의 향내가 풍기..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법정스님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하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것에서는 얼음이..
봄, 파라독스 천향미 물오른 버들강아지 옆에 서 있는 갈대 그 너머 마른 풀꽃들 봄비라도 차갑게 내리면 늙은 살갗에 배어드는 축축함, 서러워 눈물 흘리지 싶다 겨울 내내 염치없이 붙들고 섰던 봄의 자리 이..
향기로운 하루를 위해 이해인 좋은 책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좋은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그 향기가 스며들어 옆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한다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 모두 이 향기에 취하는 특권을 누려야 하리라..
꽃샘추위 정연복 이별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 겨울 끝자락의 꽃샘추위를 보라 봄기운에 떠밀려 총총히 떠나가면서도 겨울은 아련히 여운을 남긴다 어디 겨울뿐이랴 지금 너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 보라 바람..
아, 이 열쇠들 문창갑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짝 안 맞는 열쇠와 자물쇠들 수두룩하다 감출 것도, 지킬 것도 없으면서 이 많은 열쇠와 자물쇠들 언제 이렇게 긁어모았는지 아, 이 열쇠들 아. 이 자물쇠들 알겠다,..
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을..
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 났기에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질까 두려워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
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
나의 꿈 정호승 돌멩이로 빵을 만든다 흙으로 밥을 짓는다 풀잎으로 반찬을 만든다 강물로 국을 끓인다 함박눈으로 시루떡을 찐다 노을로 팥빙수를 만든다 이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 2019년 3월..
먼지를 보며 이성이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던 보석함을 열었다 반지를 들어보니 놓였던 자리만 깨끗하다 서랍 안, 상자 속인데도 먼지가 앉은 것이다 들어갈 틈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먼지도 스며든다,..
하늘이 보이는 때 이복숙 하늘은 늘 열리어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메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만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늘 하늘 아래 살면서도 참 오랜만에야 하늘을 보는 것은 이따..
나무 생각 안도현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앞에서는 무조건 무릎 꿇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을 흩뿌리며 물 위에 점점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
천리향 이해인 어떠한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오 오히려 천리 밖에 계셔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안 바람 편에 띄웁니다 깊숙히 간직했던 말 없는..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
불완전 김현승 더욱 분명히 듣기 위하여 우리는 눈을 감아야 하고, 더욱 또렷이 보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을 죽인다. 밤을 위하여 낮은 저 바다에서 설탕과 같이 밀물에 녹고,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그..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아름다운 사람 이성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눈 김종해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리는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 2019년 2월 19일 화요일입니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깨렴 백창우 깨렴, 내사람 이제 일어나 푸른 아침을 맞으렴 지붕 아래 활짝 핀 고운 담자색 나팔꽃 다 시들기 전에 다른 세상에서 찾아온 우물가 오색무늬나비 한 마리 다시 저 있던 곳으로 길 떠나기 전에 어..
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오광수 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고운 글은 고운 마음씨에서 나옵니다 고운 마음으로 글을 쓰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고운 마음이 그대로 옮겨가서 읽는 사람도 고운 마음이되고 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사귀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웃음예찬 데일 카네기 웃음은 별로 밑천이 들지 않지만 건설하는 것은 많으며, 주는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넘쳐나고, 짧은 인생으로부터 생겨나서 그 기억은 길이 남으며, 웃음 없이 진정한..
눈이 내리면 편지를 씁니다 최옥 눈이 내리면 세상은 편지지 한 장이 됩니다 단 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 있는 편지 내 사랑도 이렇게 한번씩은 말문을 여나 봅니다 괜히 할말이 많아지지만 하고픈 말 한 마디 더..
좋은 사람 노여심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놓기만 해도 좋다. 차를 타고 그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나의 가슴엔 늘 우리들의 이야기가 살아있고 그는 그의 마을에서 나는 나의 마을에..
겨울길을 간다 이해인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습관이 꿈을 앞지른다 김나영 내 꿈의 품사는 동사(動詞) 꿈이 비포장도로를 걷는다. 오늘에 살면서 늘 오늘에서 도망치려하는 습성을 지닌다. 젖은 외투 같은 외로움을 입고 가는 길에 옹기종기 이름 모를 들..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떠도는 자유에게 고정희 한시에는 신새벽 건너오는 바람이더니 세시에는 적막을 뒤흔드는 대숲이더니 다섯시에는 만년설봉 타오르는 햇님이더니 일곱시에는 강물 위에 어리는 들판이더니 아홉시에는 길따라 손잡..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향기 이해인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반지.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 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내가 살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류시화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그 하루를 정원에서 보내리라. 허리를 굽혀 흙을 파고 작은 풀꽃들을 심으리라. 내가 떠나간 뒤에도 그것들이 나보다 더 오래..
인생인 거란다 이경식 너무 길게는 우울해 하지 말아라 숨어있는 향기까지 사라질까 …두렵구나 추운 겨울을 이기고 나면 새 봄이 오기 마련인데 삶은 거기가 끝이 아니란다 과거를 한 번 돌아보렴 때론, 피식..
마음 물들이기 정우경 그대 사랑의 빛깔이 무어라 생각하나요 누군 빨간색이래요 사랑으로 타는 그 가슴이 불꽃같기 때문이라나요 또 누군 하얗다 해요 자꾸만 아프기만 해서 흘린 눈물 때문이라나요 그리고 또..
그해 겨울 찻집 강만 그해 겨울 서성리의 찻집은 모닥불이 참 좋았다 톡톡 튀는 불꽃 속에서는 굴참나무 향기가 났다 마른 통나무 속에 숨어있던 싱그런 바람 소리 물 소리가 하얀 재로 쌓이고 일렁이는 불꽃은..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김정한 인생의 스승은 책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살아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정답도 흐르는..
12월이라는 종착역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
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며 이동진 이 땅에 살아가면서 무언가 눈에 띄는 일을 하기보다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삶을 살고 싶다. 나무향을 맡으며 때로 감동하여 풀밭에라도 펄쩍 누우면 하늘빛 푸르름이 가슴으로 쏟아..
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을..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는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성탄편지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다시 겨울 아침에 이해인 다시 겨울 아침에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