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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노벨화학상] 프레더릭 생어 : 인슐린을 해독하고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전설

 [1958 노벨화학상] 프레더릭 생어 : 인슐린을 해독하고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전설

20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단백질이 20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 아미노산들이 어떤 순서로 배열되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수십에서 수백 개로 이어진 단백질에서 정확한 배열 순서를 규명하는 일은 꿈에 가까웠고, 단백질이 정보를 담고 있다는 여부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프레더릭 생어는 이 무지의 장막을 처음으로 걷어낸 인물로,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인슐린의 완전한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어떤 단백질의 서열이 최초로 밝혀진 사례였고, 이후 같은 분야에서 두 번째 노벨상을 받는 기록을 남겼다.

생어의 삶은 조용한 천재로 알려져 있다. 1918년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에서 생화학을 공부했고, 평생 케임브리지의 의료연구협의회 연구소에서 순수 연구에 매진했다. 연구 방식은 체계적이고 인내로 가득 차 있었으며, 복잡한 문제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이 빛을 발했다. 인슐린 서열 결정은 A 사슬 21개와 B 사슬 30개로 이뤄진 총 51개 아미노산의 서열을 가수분해와 다양한 가수분해 방법으로 조각들을 얻고, 각 조각의 서열을 결정해 퍼즐처럼 맞추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 이로써 단백질은 고유하고 규정된 아미노산 서열을 가진다는 최초의 증거가 제시되었고, 이후 재조합 DNA 기술로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는 길이 열렸다.

DNA 서열 분석의 혁명은 또 다른 전환점을 가져왔다. 1958년 노벨화학상 수상에 이어 1977년 생어는 DNA 서열 분석법을 개발했다. 체계는 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대신 소량의 ddNTP를 첨가해 합성을 중단시키고, 다양한 길이의 조각을 전기영동으로 분리해 각 조각의 끝에 달린 ddNTP를 읽어 서열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즉시 표준이 되었고, 1990년대 초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핵심 도구로 쓰였다. 이후 차세대 서열 분석(NGS)이 등장하였으나 생어 서열 분석법은 짧은 서열을 정밀히 확인하는 데 여전히 활용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분석, 암 유전체 연구 등 현대 생명과학의 도전들을 가능하게 한 뿌리로 남아 있다.

생어의 삶은 겸손과 공공재 정신으로 빛난다. 두 차례의 노벨상을 받았음에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보지 않았고, 연구를 은퇴한 뒤 정원을 가꾸고 항해를 즐기며 조용한 삶을 택했다. 상업화에도 관심이 없었고 자신의 연구를 공개해 과학계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백질에서 DNA로 이어지는 생명의 언어를 처음 읽은 이로서, 인류가 질병의 원인 규명과 맞춤 의학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 생어의 유산은 today의 생명과학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