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모임이 연말이었는지 연초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이후로 내 여가생활은 분명히 바뀌었다. 친구들은 하나둘 골프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익숙하게 웃어넘겼다. 공 하나 치러 몇 시간을 쓰는 게 뭐가 좋으냐고, 그딴 게 무슨 운동이냐고. 땀 흘리며 뛰는 것만 운동이라 믿었던 나는 골프를 중년의 유희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임이 줄었다. 없어지진 않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끼지 못했다. 친구들은 필드로 향했고, 나는 밖에서 “다음에 보자”는 말을 반복했다. 골프가 싫었던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내가 조금 싫어졌다. 결국 그해 마지막 모임에서 내년 봄의 첫 라운드가 정해졌고 내 이름도 이미 올라가 있었다. 물어본 적도 없었지만 거절하지도 않았다. 레슨을 끊고 혼자 스케줄을 짰다. 남은 시간은 딱 4개월. 맨 처음의 이유는 단순했다. 망신은 당하기 싫었고, 솔직히 내가 더 낫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남들이 흔히 하는 착각처럼, 나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라운드는 생각보다 멀었고, 벙커는 생각보다 깊었다. 벙커에 공이 빠질 때마다 입 안에서 모래를 씹는 느낌이었다. 보기가 나오면 버디 같은 기쁨이 있었고, 더블이 나오면 하루가 망한 것 같아 힘이 빠졌으며, 트리플은 그냥 웃음으로 넘겼다. 한 홀 한 홀에 따라 나의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공보다 마음을 더 많이 쳤고, 잘 맞은 샷 하나에 기대를 걸고, 실수 하나에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골프는 결국 공을 치는 운동인데도, 나는 계속 내 감정을 소모하고 있었다. 잘 치고 싶은 마음보다 못 치는 나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날의 결과는 107타였고, 친구들은 처음 친 거라 그런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위로 같기도 하고, 기준이 무너지는 느낌도 있었다. 4개월을 준비해서 107타라면 준비를 안 했으면 몇 타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판단을 못했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나는 전혀 만족하지 못했고, 이기고 싶었던 것은 골프 자체였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어떤 것을 원했던 것이다.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다. 이 까탈스럽고 냉정한 것 앞에 적어도 비굴하지 않은 자세로 서보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장면은 골프장뿐 아니라 다른 일상 속에서도 반복됐다. 늦게 시작했다는 이유로 더 악착같이 매달렸던 일들, 못하는 게 아니라 늦은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던 순간들. 사실은 남들보다 두 배로 준비했던 기억들이다. 그런데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위로가 오히려 더 서럽게 다가왔던 기억들. 어쩌면 우리는 즐기러 간다고 말하면서도 싸우러 가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결국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같은 시간을 쓰고 같은 노력을 들이면서도 나는 결과보다 마음을 더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굳이 싸우는 쪽을 택하고 있었던 것 같다. 티잉 에리어에 서면 여전히 즐기러 온 건지 이기러 온 건지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또 간다. 이번엔 조금 덜 이기려고.
원문 링크 : 첫 티샷, 한바탕 싸우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