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썬코스를 처음 마주했을 때 이름처럼 분위기가 깊고 밝은 인상을 받았다. 햇살이 넉넉히 쏟아지는 광활한 잔디밭은 자신감과 경각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고, 티박스에 서기 전부터 “오늘은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기대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이 코스는 보이는 것만큼 순한 얼굴은 아니었다. 티샷은 길고 세컨드 샷은 정교해야 했고, 그린은 잔잔해 보여도 경사를 잘 탄다. 썬코스는 드넓고도 투명한 시야를 자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하고 정직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곳의 매력은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엄격한 난이도라고 느꼈다.
코스 정보와 컨디션을 정리하면, 개장은 2007년이고 2017년 퍼블릭으로 전환되었다. 퍼블릭 18홀로 구성되며 잔디는 페어웨이가 Kentucky bluegrass, 그린은 Bent grass다. 전장의 길이는 SUN 3,280m, VALLEY 3,255m이고, 코스 레이팅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플레이에서는 잔디 관리 상태가 아쉬웠다. 티잉 에이리어의 잔디가 제때 자라지 않거나 일부 구역이 비어 있어 티 위치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페어웨이는 대체로 잘 자랐지만 길이가 길어 공이 쉽게 잠겨 러프가 길고 밀도가 높은 편이었다. 러프의 상태에 따라 핸디캡에 대부분의 영향이 작용했다.
그린 주변의 잔디도 길어서 그린 스피드는 2.5 수준으로 느려 보였고 라인의 추종 역시 쉽지 않았다. 파3 홀 다수에 매트가 깔려 있었고 화이트 티와 레드 티가 함께 있는 모습은 매트 없이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나와 같은 선수에게는 매트가 단순한 연습 공간이 아닌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자연 친화적이면서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코스로, 넓은 페어웨이와 호수 경관이 어우러진 풍경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다섯 개 홀이 페널티 에어리어와 가까워 시원한 느낌을 주는 구간도 있었다.
특히 1번 홀은 블랙 티를 제외하면 비교적 무난했고, 2번 홀의 파5는 두 번째 샷이 승부처였다. 3번 홀은 거리가 가깝고 그린이 커서도 파3의 부담은 여전했고, 4번 홀은 티 샷의 landing 지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편이었다. 5번 홀은 내리막 티샷으로 벙커나 OB에 빠질 위험이 커 전략적 우드 티샷을 요구했지만 실력은 따라주지 않았다. 6번 홀은 멀고 멀다는 느낌이 강했고 핸디캡 1인 홀이라는 점이 그리움과 공포를 동시에 남겼다. 7번 홀의 그린은 중앙을 노리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핀의 위치가 다소 비틀려 보였다. 8번 홀은 해저드 앞까지 보낼 때가 유리했고 9번 홀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거리感이 크게 다가왔다.
썬코스의 끝에서 햇살은 여전히 찬란했지만, 티잉 에어리어의 잔디는 듬성했고 페어웨이는 멀쩡해 보였으나 공이 반쯤 잠겨 있었다. 러프는 쉽게 보이지만 공을 꺼내려면 의외로 많은 손길이 필요했고 그린은 라인을 전해주지 않았다. 겉보기의 평온함 뒤에 숨은 거칠게 다듬어진 듯한 필드의 불균형이 곳곳에 묻어 있어 한 샷 한 샷을 더 신중히 해야 했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더 겸손해지는 라운드였고, 코스 상태에 대한 아쉬움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원문 링크 : 동원썬밸리cc 후기 | 썬 코스 | 사진 & 영상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