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패기가 넘치던 20대 시절, 그러나 주머니는 늘 부족했던 난 가끔 쟈철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곤 했다. 당시 2G폰 시절이라 지금처럼 와이파이만 있으면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 주물럭거리면서 갈 수도 없었고, 전철 입구 가판대에 있던 벼룩시장 한 권 들고 타서 자격도 안되는 구인광고 보면서 가는 게 다였다.
혹시나 누가 읽다만 스포츠 신문을 발견한 날은 횡재한 날. 그렇게 한두 시간 뺑뺑이 돌고 집과 조금 떨어진 역에 내려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집에 들어오면 차갑게 식은 방이 아무 말 없이 맞아 준다.
이따금 잠이 안 올 땐 옥상에 올라가 환하게 비추고 있는 달을 쳐다보며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수없이 되물어 보기도 했는데,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마 답은 내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남들이 볼 땐 위와 같이 아무 의미 없이 보낸 하루가 당시 힘든 경쟁 사회 속에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갑자기 내던져진 껍데기만 성인이었던 날 받쳐줬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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