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꽃 피는 봄이 되면 어릴 적 내 할머니는 이따금 주말마다 잔치에 가셨다 한 주는 아랫동네 사시는 인삼할머니 큰손주 돌잔치에, 그다음 주는 옆집 미스코리아 할머니 막내딸 결혼식에, 없는 살림에 부조금이 나간다며 한숨을 내쉬셨지만 잔치가 있는 아침이면 평소 입지 않으시던 옷을 꺼내 손질하셨고 머리도 단정히 매만지셨다 평소와 조금 다른 주말 아침, 대문 닫히는 소리가 나면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워 늘어지게 티브이를 본다 영심이, 원더키디, 날아라 슈퍼보드 만화영화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았고 전국노래자랑 할 시간이 되면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출출함에 부엌으로 가보니 할머니가 차려놓고 가신 밥상 위에 차게 식은 국과 밥을 후루룩 마시고 이내 곧 놀이터로 나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문을 여니 언제 오셨는지 할머니는 저녁 찬거리를 손질하고 계셨고 나를 보자마자 마루 한 켠에 놓인 바구니를 가리키셨다 그 안에는 잔칫집에서 챙겨오신 평소 못 보던 간식들이 한가득 담겨있었는데 언제부터...
원문 링크 : 아빠 육아에세이 : 주머니 속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