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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로 황홀한 하루.. 선암매와 화엄매

 매화로 황홀한 하루.. 선암매와 화엄매

선암매와 화엄매는 남도에 내려와서 언젠가 활짝 피었을 때 꼭 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차다. 서울에 있어도 언젠가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속절없이 희망했다. 둘 다 활짝 핀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되지만, 비슷한 계절의 봄빛과 매화의 향이 이들에겐 큰 기대가 되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고 햇살이 따스해 하늘이 파래서, 토요일의 무심함이 사라진 채 선암사로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지난주에 흐린 하늘 아래 덜 핀 선암매가 아쉽었기에, 오늘이 기회인 듯 서둘렀다. 근처에 계시는 어르신께 연락해 같이 가기로 하고, 이왕이면 화엄사도 들르려 했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암매와 화엄매를 같은 날에 보려는 의도였다.

오늘은 선암사의 매가 활짝 피어 있었다. 매화향이 어지럽고 벌들의 윙윙 소리까지 봄의 소리였다. 흰매와 약간의 홍매가 어울려 만개한 모습은 경이로웠다. 천연기념물 백매의 웅장함과 수령의 기품이 느껴졌다. 선암매는 풍성하고 포근한 매화의 매력으로 다가왔고, 화엄매와의 비교에서 또 다른 매력의 차를 보여 주었다. 이 매화는 올해의 선암사에서의 마지막 만남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이어 화엄사를 찾은 길은 쉽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1.7km를 떠나 셔틀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라는 안내가 있었고, 한낮의 인파 속에서 어르신과 함께라면 더 불편했을 상황이었다. 결국 걷고 걷는 사이 화엄매는 짙은 홍빛으로 각황전 옆에 자리했고, 옛 이름을 따서 장육매, 삼불목으로 불리는 곳에서 더 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화엄매는 고혹적이고 기품 있는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지루함 없이 황홀함이 지속되었다.

하루 내내 맑고 파란 하늘 아래, 선암매의 흰색과 화엄매의 붉은 빛은 서로 다른 매화의 매력을 한꺼번에 보여 주었다. 모처럼의 완벽한 봄날에 두 매화를 함께 보며, 매화와 함께한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선암매는 소박하고 품위 있는 아름다움으로, 화엄매는 더 깊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었다. 오래된 숙제가 하나 해결된 듯한 느낌과 함께, 매화와 함께한 봄은 영원히 기억될 봄으로 남았다. 이제 또 다른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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