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모든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리뷰 소설의 중간쯤까지는 솔직히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너무 잔잔하고 큰 사건도 없어서, 조금은 심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경진과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조금씩 이 소설의 결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책은 누군가의 말을 듣는 이야기다.
낯선 이들이 경진에게 자꾸 말을 걸고, 경진은 그들의 속 깊은 사연을 듣는다. 거창한 변화나 사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잔잔한 흐름이 오히려 깊게 스며든다.
책 추천 글에서 봤던 문장, “산책이 책이라면 은모든의 소설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문장이 이제는 이해된다.
크게 움직이지 않지만, 꾸준히 걷는 산책처럼 이 책도 잔잔하게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위로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용기 내어 말을 건넨다면, 한 번쯤은 귀 기울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 ‘귀 기울임’이 얼마나 따뜻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