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는 개성을 가두는 틀이 아니라 오히려 개성을 마음껏 펼치게 해주는 날개라는 생각은 오랜 기간 수많은 학생들을 지켜본 뒤에도 여전히 공감대를 얻는다. 특히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이들이 획일적인 기초 수업을 받으면 오히려 독특함이 무디어진다고 느끼곤 한다. 오늘 만난 ㅇㅇ예고 학생의 이야기가 그 믿음을 뒷받침한다.
예고 3학년 두 학생은 이미 이름 있는 디자인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림 실력이 뛰어나고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수시에서의 불안은 여전했다. 원래의 그림에서 자신들만의 표현은 잘 살아 있었으나 입시가 요구하는 기본 소양이 부족해 보였기에, 기초의 재정렬을 통해 입시 벽을 넘고자 하는 판단이 내려졌다. 서로의 차이점은 건들이지 않되, 세 가지에 집중적으로 교정하는 방향이 제시되었다.
첫째, 화면 구도다. 시선을 끄는 배치의 원리를 이해시키고, 둘째는 주제 표현이다.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연출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셋째는 시간 내 완성이다. 머릿속 이미지를 정해진 시간 안에 구현하는 효율성을 높이는 훈련이 이어졌다. 이 세 가지를 통해 두 학생의 강점인 개성은 유지되면서도 기초 소양이 보강되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한 명은 한양대 디자인과에 합격하고, 다른 한 명은 지방 국립 디자인과에서 수석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미대 입시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아래 그림은 당시 시험 시간 내 완성을 목표로 함께 그렸던 4시간짜리 시험 주제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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