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숴 『상나라 정벌』 인신공양제사 역사는 때로 거꾸로 선 거울과 같다. 우리는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을 기대하지만, 낯선 이마의 주름과 깊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한다.
땅속 깊이 묻힌 유적들은 바로 그 거울의 파편이다. 특히 상나라의 뒤뜰, ‘후원(後崗)’의 둥근 구덩이 H10은 선명한 상처를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그곳에서 발굴된 73구의 유골은 3천 년의 시간을 뚫고 묻어오는 피비린내와 함께, 우리가 잊고 싶었던 문명의 원초적 비명을 전한다. 어느 인류학자는 모든 인간 관계가 ‘부채’라는 틀로 설명될 수 있다고 했다.¹ 신에게 바치는 제사, 특히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은 이 부채 관계의 가장 극적인 형태일지 모른다.
신은 인간에게 풍요와 안녕을 빚지게 하고, 인간은 가장 소중한 것, 즉 생명으로 그 빚을 갚는다. 은허의 제사갱들은 바로 그 잔혹한 결산 장소였다.
H10 구덩이는 단순한 도살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경제 활동의 현장이었다.
제사 주관자는 구덩...
원문 링크 : 빚과 폭력의 고고학 -인신공양제사(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