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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달팽이

 비 오는 날의 달팽이

며칠 전 비가 오는 날이었어요. 비는 귀찮지만, 모처럼 해가 뜨겁지 않아서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죠.

그런데, 보도블럭 위에 조용히 기어가고 있는 달팽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그 조그만 몸이 집을 등에 메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붙잡아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봤네요 느리지만 꾸준히, 길을 건너고 있더라고요.

모처럼의 비. 뜨겁던 여름에 찾아온 시원한 빗물은, 어쩌면 이 달팽이에게는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였을지도 모릅니다.

문득 어릴 적 들었던 노래, 패닉의 ‘달팽이’가 떠올랐어요.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안의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따라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을 뚜벅뚜벅 혼자서 가는, 누구도 응원하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그 작고 연약한 존재가 비를 맞으며 기어가는 모습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