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 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놓는다. 어떤 귀로, 박재삼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어요.
추운 겨울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난히 바람이 더 매섭게 부는 날. 온종일 애써도 성과는 없고, 진상 고객도 만나기도 하고, 상사에게 꼬투리를 잡혀 혼나기도 하고요.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 말 한마디도 그냥 하지 않고, 반드시 상처를 내고야 마는 상사, 온 힘을 다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결과들. 그 모든 게 어깨를 눌러오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지면서 다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때가 있습니다. 유독 그런 날이 있어요.
안 되는 것에 안 되는 것들이 겹치는 그런 날...
원문 링크 : 어떤 귀로, 박재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