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깐느의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 상영회에서 이 영화가 개봉 직후부터 빠르게 입지를 다지는 걸 지켜보았다. 오늘까지 1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속도감을 이어가고 있다. 모자무싸에서 구교환 배우가 서영철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전지현은 도둑들에 이어 또다시 메인 배우로 등장해 당차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부할 수 있는 한국형 좀비를 3편째 이어온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도 새로운 신선함을 선사한다. 인간의 완벽하지 않은 소통의 부재를 개미의 소통 방식으로 풀어내며, 완벽한 정보 교환이라는 좀비의 재해석을 기본 구조로 삼았다.
다양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촘촘하게 엮어내며 괴롭힘과 고발자의 외로움, 아버지를 잃은 자의 복수, 성공을 독식하려는 탐욕, 가족에 대한 사랑이 영화의 핵심 서사를 이끈다. 초반에 등장하는 개미의 잘못된 정보 공유로 촉발된 앤트밀 현상은 좀비들의 움직임에 신선한 소름을 더한다. 이 현상은 페로몬을 통한 정보 교류의 오류로 선발대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중간 무리나 후발대가 앞의 무리를 따라가다 끝없이 원을 그리고 돌다 죽는 과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되는데, 영화 속에서 이를 도입해 장관을 만들어 내는 연상호의 내공은 또렷이 다가온다.
객체가 프로그램처럼 돌아가는 개미류의 특성상 오류가 나면 외부 개입이 없으면 과로사나 아사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로 인해 ‘죽음의 소용돌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관객의 기억에 남는다. 지창욱의 강한 모습은 최악의 악이나 강남 비사이드, 조각 도시에서의 액션 부심과 일치하며 다시 한 번 액션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킨다. 부산행의 후속편으로 시작해 2020년 381만 명의 관객을 넘어선 규모를 기대하게 만든 이 작품은 2016년의 부산행이 열었던 한국 좀비 영화의 새 장르를 10년 만에 확실히 이어가며, 아시아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쇼핑몰 도심형 좀비물로서 극장가의 어려움 속에서도 연상호 감독의 뚝심은 여전하고, 게임 회사 스마일게이트의 투자 소식도 눈에 띈다. 이제 우리나라 좀비물은 360도로 몸을 비틀고 각도를 바꾸는 엑스트라들의 연기가 정석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강렬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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