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아이들 데리고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거실 탁자에 앉았는데, 낯익은 로고가 박힌 빳빳한 브로셔가 하나 올려져 있더라고요.
아버지가 돋보기안경을 끼고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쳐가며 정독하고 계시던 건 다름 아닌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가입 안내서였습니다. 내년이면 아버지 칠순이시고 두 분 다 은퇴하신 지는 꽤 되셨죠.
평촌에 있는 30평대 아파트 한 채가 두 분이 평생을 바쳐 일궈낸 유일한 전재산입니다. 그 집을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받으시겠다는 말씀을 덤덤하게 하시는데, 그 순간 솔직히 제 머릿속이 참 복잡해지더라고요.
머리로는 당연히 두 분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백번 천번 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에서는 '아, 우리 부모님 남은 재산이 저 집 하나뿐인데...'
하는 얄팍하고 이기적인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네요. 쌍둥이들 커가면서 당장 내년부터 유치원비며 식비며 기하급수적으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니, 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