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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전시회, 주말에 애들 데리고 갔다가 제가 더 위로받고 온 사연

 2026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전시회, 주말에 애들 데리고 갔다가 제가 더 위로받고 온 사연

주말 아침부터 둥이들 체력 빼놓을 곳을 찾다가 도저히 야외로 나갈 엄두가 안 나서 실내를 뒤졌고, 10월 25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유영국 화백 탄생 110주년 전시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추상미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소란피우진 않을지 걱정됐지만, 무료라 바로 안고 나오려던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아이들이 집중했고 내 마음도 차분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1층 입구를 지나자마자 170여 점에 이르는 큰 규모에 한 번 놀랐고, 전시의 흐름이 1964년을 시작으로 역주행했다가 다시 순행하는 독특한 구성이라 더 흥미로웠다.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내가 본 단순한 도형과 선에 불과했지만, 아이들은 빨강 노랑 파랑 같은 원색이 커다란 캔버스에 가득 찬 풍경을 산처럼, 바다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꺼운 물감이 주는 질감은 내 눈에도 생생했고, 아이들이 그 앞에서 웃으며 집중하는 사이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림의 숨결을 느꼈다. 8번의 수술과 9 to 6의 붓질로 이어진 화백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니, 1977년 심장 박동기를 다신 뒤에도 매일 아침 9시부터 끝까지 조수 없이 그림 앞에 서 계셨던 그의 강인함이 전해졌다. 그런 몸을 이끌고도 작업실에 다니며 큰 그림들을 그리셨다는 사실에, 요즘 직장생활의 피곤함과 육아의 무게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생로병사의 무게를 지고도 캔버스를 채워나간 그의 생명력은 산봉우리 너머로도 흐르는 힘이었고, 그 힘이 그림의 질감과 호흡으로 느껴져 마음이 조용해졌다. 아이들 덕에 다녀왔지만 오히려 나 자신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다만 현장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도슨트 해설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에 현장에서 선착순 20명만 받을 수 있어 주말 오전에 아이를 데리고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디오 가이드를 선택해 들려주며 각자의 속도로 감상했는데,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의 국문 내레이션이 차분하고 그림의 정적 분위기와 잘 어울려 돈 아깝지 않았다. 현장에서의 체험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나의 동선도 머릿속에 정리했다. 주차는 미술관 내 공간이 좁아 기대를 접는 편이 낫고, 인근의 공영주차장이나 모두의주차장 앱으로 빌딩 주차권을 미리 확보하면 마음이 편하다. 도슨트 대신 오디오 가이드를 적극 활용해 각자의 속도로 관람하고, 금요일 저녁의 연장 운영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1층 로비의 아카이브 섹션은 입구와 출구 쪽에 위치해 있어 신문 기사와 연보를 보면 그림의 변화 과정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1960년대의 선명한 원색에서 시작해 뒤쪽의 추상으로 넘어갈 때 아이의 시선을 끄는 포인트를 잡고, 에너지를 조금씩 빼며 흐름을 타는 것이 좋다. 전시는 디지털과 AI가 그림을 재현하는 시대이지만, 물감을 수십 번 덧칠하며 남긴 작가의 지문과 호흡은 결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음을 다시 느꼈다. 전시를 보고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한 바퀴 걷는 동안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나는 무료로 이토록 훌륭한 작품들을 만난 것에 뿌듯함을 느꼈고, 다가올 월요일의 치열함을 이 기억으로 견뎌낼 힘을 얻었다. 이번 주말에는 미술관 나들이를 꼭 한 번 다녀오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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