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장장 15시간의 비행과 환승을 위한 3시간의 기다림 끝에, 23kg를 꽉 채운 캐리어 하나와 노트북 가방, 핸드백을 매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에 도착한 날이었다. 3주간의 한국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온 내 캐리어 속에는 늘 그렇듯 꽁꽁 얼렸다 녹기 시작한 엄마의 반찬들과, 여기에서는 구하기 힘든 한국 과자들과, 벼르고 있다가 사온 한국에서만 파는 화장품 등이 구역별로 빈틈없이 자리잡고 있어, 캐리어 무게는 항공사에서 허용하는 기준의 소수점까지 정확히 22.9kg를 찍었다. 전날 한국 집에서 팔이 빠져라 체중계 위에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며 맞춘 결과였다.
뚱뚱하고 무거운 내 캐리어와 함께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이날도 어김없이 최대한의 부피를 담기 위해 여분의 지퍼까지 열어 통통해진 이 오래된 캐리어를 질질 끌고, 노트북 가방을 한 어깨에, 여권과 지갑 이 든 핸드백을 다른 어깨에 매고, 슈투트가르트 공항 역에서 집이 있는 남부의 다른 도시까지 기차를 타는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