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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자의식

 지연된 자의식

누구나 저마다 각기 다른 믿음을 갖고 살아가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세상 모든 일은 만사 '운'으로 결정된다고 믿어. '운'이라고 적으니까 다소 변명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거 같다만 '운명'이라고 말하기에는 한편으로는 또 너무 거창한 숙명 같고...

사실 이걸 마땅하게 설명할 단어를 콕 집어 말하지를 못하겠어. 근데 뭐, 본질적인 이질성에 따라, 그러니까, 모든 이론이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사상을 담고 있듯 삶의 흐름이나 방향이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어떤 알 수 없는 힘이나 우연의 연속으로 결정된다는 느낌을 넘어 현실은 그저 철저하게 연출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어떤 '맥'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정도로 이해해 주면 좋을 거 같아.

주체로서 세상을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즉 필연적으로 세상을, 나아가 자신을 바꿀 수 없다는 확신에 이르면 그 깊은 무력감 앞에 인간은 다른 의미로 '겸손'해지는 거 같아. 여기서의 '겸손' 또한 마땅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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