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새 땅이 바닥난 상황에서 지자체 협의와 이해관계자 반발을 해결하는 데 기본 3년에서 5년이 소요되는 시대를 직시했습니다. 대규모 개발의 입주까지도 평균 6~8년이 걸리는 현실에서 기존의 평면적 토지 확보 방식만으로는 공급 절벽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대안으로 무택지 주택 공급 패러다임을 주목하게 되었고, 세계 주요 도시들이 공간의 한계를 건축 기술과 제도적 융합으로 넘어서는 사례를 제시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키트보넨은 재개발 공백을 해상 컨테이너 주택으로 단기에 공급하고 순환형 구조로 이전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런던의 플레이스/레이디웰은 공장을 통해 모듈을 생산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9개월 만에 공공 가설 임시주택을 완성했습니다.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도 재건축 이주 수요나 도심의 긴급 주거를 유휴 공공부지로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특례를 검토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기존 건물의 옥상이나 상가 내부를 대지로 삼아 수직·수평으로 확장하는 방식도 현실성이 큽니다. 미국 LA의 스타 아파트는 1층 건물을 보존한 채 위에 모듈러를 적층해 입체적 복합 주거를 구현했고 바르셀로나의 빌라로엘28은 공중 증축권을 매입해 옥상에 3층을 추가로 전개했습니다. 로테르담의 디덴빌리지는 옥상을 제2의 지면으로 삼아 독립 주택 3채를 작은 마을처럼 배치했고 런던의 SHED 프로젝트는 비어 있는 창고를 주거 공간으로 재창조했습니다. 또한 도로 위아래의 자원화를 통해 1.8m 폭의 좁은 필지나 도로 상공까지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이어집니다. 도심 고밀도화를 위한 수상 주거도 주목받고 있는데 코펜하겐의 어반 리거는 수면 위에 주거 단지를 건립해 토지 매입비를 대폭 절감했고 암스테르담의 워터뷔르트와 실로담은 공공 수면을 활용한 대규모 플로팅 주거 단지를 선보였습니다. 일본의 1.8m Width House나 Gate Tower Building, Archway Studios도 협소지나 폐쇄된 인프라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해 주거와 작업 공간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수상 모듈러 주택과 간선도로 상부 개발, 한강 수면 활용 같은 시나리오를 통해 토지 원가를 낮추고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동산의 정의를 유연화하고, 도로 구역 내 건축의 원칙적 금지를 해소하는 입체 도시계획의 제도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옥상 전용 구분 소유권과 증축 동의 요건을 명확히 하고, 이동형 모듈러 주택의 존치를 가능하게 하는 특례를 도입하는 등의 기술 혁신과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땅을 넘어 공간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하는 이 변화가 한국 도시 주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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