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제주여행중,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만 한적하게 듣고싶던 날. 그런 날, 난 제주도의 새별오름으로 향했다.
그 이름부터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곳. ⸻ 하늘 아래 펼쳐진 은빛 물결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숨이 멎을 뻔했다. 하늘은 말도 안 되게 맑았고, 그 아래로는 끝이 안 보일 만큼 넓게 펼쳐진 갈대밭이 반짝이고 있었다.
햇빛을 머금은 갈대들이 바람에 따라 한쪽으로 스르륵 기울었다가 다시 일어서며 물결처럼 일렁였다. 그 풍경을 마주하니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핸드폰이 아닌 이어폰을 꺼내게 됐다.
그리고 영화 마더의 OST ‘마더송’을 틀었다. 봉준호 감독의 그 명장면, 김혜자 배우가 갈대밭에서 넋을 놓고 춤추던 그 장면 정말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오름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고?
사실 ‘오름’이라고 해서 처음엔 조금 겁이 났다. 급경사에 숨이 차는 그런 곳을 상상했는데, 새별오름은 전혀 달랐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진 너른 들판과 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