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 김수영 저자 김수영 출판 민음사 발매 1995.11.01. 벚꽃이 핀 거리를 걸었다.
하늘은 봄이라 말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왠지 모르게 으슬으슬했다. 25도의 햇살 아래 피어난 꽃들 사이로 갑자기 들이닥친 3도의 눈발. 마치 봄이 몸살을 앓는 듯했다.
그리고 나 역시, 대한민국의 4월 속에서 혼란과 상처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그 두 단어가 남긴 울림은 간단한 정치 뉴스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민주주의의 봄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거센 분노로 얼굴을 붉혔다. 광장은 아직도 두 갈래로 갈라졌고, 우리는 또다시 ‘우리’라는 단어 앞에 서먹서먹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우연히 다시 마주한 시, 김수영의 「풀」.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그러나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조용히 흔들렸다.
넘어졌지만 주저앉지 않는 것. 울었지만 결국 웃게 되는 것.
누군가는 좌절했고, 누군가는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