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이승희 시집, 문학동네 소설을 읽을 때와 달리, 시집을 읽을 때는 목차를 본다. 목차에 나타난 시의 소재를 보면, 시인의 삶과 생활 패턴이 얼핏 보이는 듯하다.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의 목차에서는 꽃과 계절과 날씨와 자연이 눈에 띄었다. 시인은 삶의 곳곳에서 꽃을 보고 자연을 마주한 듯하고, 그곳에서 시상과 시어를 발견하는 것 같았다.
책장을 넘겨 시를 읽기 시작하면, 시인이 본 자연은 동네 뒷산이나 정갈하게 꾸며진 화단이 아닌 늪지 위에 조성된 익숙한 풍광처럼 여겨진다. 찐득한 절망과 일상의 한숨 따위가 발목을 붙잡는다.
작약 속을 걸었다 작약이 없다 이 모든 게 작약이 되는 날이 온다는 말을 이제 믿지 않는다 치욕스러웠고 슬펐다 반복되는 작약 피가 물속으로 퍼져갈 때 작약꽃이 피었다 나는 집을 만들 손이 없었다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에서, 이승희 작약만이 아니었다. 시집의 다른 꽃들도 열심히 꽃피우고, 뿌리를 내리고, 어떻게든 생동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