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흘러야 비로소 맑아진다 비가 쏟아지던 어느 오후, 나는 우산도 없이 무작정 뛰고 있었다. 빗방울은 뺨을 타고 흘렀고, 물웅덩이에 빠진 발은 신발 속까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비를 피해 달리던 걸음을 멈춘 곳은 도심 한가운데 작은 광장이었다. 그 중심엔 평소 아이들로 북적이던 분수대가, 오늘만큼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변엔 사람 하나 없었고, 나는 자연스레 그 앞에 멈춰 섰다. 분수대의 수면은 가장자리까지 팽팽하게 차올라 있었다.
금세라도 넘칠 듯한 그 물에 시선을 빼앗기자, 내 안의 감정도 잔잔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분수대의 물은 조용히 넘쳤다.
한 방울, 두 방울. 마치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은 아주 천천히, 조용히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내 안의 '그릇'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았을 말들, 꾹 눌러뒀던 감정들, 차마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한순간, 넘쳐흘렀던 날이 생각났다.
그날도 비가 오는 날...
원문 링크 : 물이 넘친 그날, 나도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