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끝까지 견디는 경험에 가깝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리지만,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기다림은 하나의 상태로 지속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하다. 고도가 오느냐가 아니라, 오지 않는 상태에서도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고도는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각자가 현재를 견디기 위해 붙이는 시간의 이름이다. 나에게 과거의 고도는 퇴근이었다.
하루를 끝내는 분명한 경계. 버텨야 하는 시간을 끊어내는 순간.
미래의 고도는 새로운 터전이다. 지금의 불안정함이 정리될 것이라는 기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방향을 만들어주는 좌표. 그리고 지금, 나의 고도는 지하철이다.
집으로 나를 데려다주는 이동의 시간.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감각 자체가 현재를 견디게 한다.
이렇게 보면 고도는 목적지가 아니다.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바뀌는 시간의 ...
원문 링크 : 우리는 모두 다른 고도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