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공기가 부드럽다.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이지만 바람은 이상할 만큼 따뜻하고, 퇴근길의 몸도 덜 피곤하다.
거리의 불빛이 조금 일찍 깜빡이기 시작하자 왠지 모르게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 사이로 스며드는 찬 공기가 머릿속을 천천히 맑게 비운다.
얼마만일까. 그동안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늘 땅만 보고 걸었는데 오늘은 문득 고개를 든다.
달이 있다. 너무도 선명하고, 꽉 차 있다.
차가운 빛이 내 볼을 스치며 지나가고, 그 순간 조용한 물결이 마음속에서 번진다. 어디서 온 감정인지 알 수 없지만, 오래된 기억 같은 따스함이 남는다.
달은 매일 차오르고, 또 이내 기운다. 나의 하루도 그렇다 빛났다 흐려지고, 다시 조금씩 차오른다.
그 단순한 순환이 지루하다고만 여겼지만 어쩌면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달빛이 어깨를 감싼다.
그 아래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세상은 여전히 차갑지만, 마음은 조용히 따뜻하다.
오늘의...
원문 링크 : 꽉 차오르다.